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가장 어려운 승리는 원수를 무너뜨리는 순간에 오지 않는다. 모든 것을 빼앗긴 에드몽이 다른 사람의 미래까지 빼앗으려는 자신을 멈출 때 비로소 복수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 작품은 치밀한 응징의 쾌감과 함께, 정의를 확신하는 사람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묻는다.

기본 정보
공개 연도: 2024년
장르: 모험, 드라마
러닝타임: 178분
감독: 마티외 들라포르트, 알렉상드르 드 라 파텔리에르
주요 출연: 피에르 니네, 바스티앙 부이용, 아나이스 드무스티에,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
공개 정보: 미국 2024년 12월 20일 극장 개봉, 2025년 1월 31일 디지털 공개
원제: Le Comte de Monte-Cristo
작품 정보는 배급사 Samuel Goldwyn Films 공식 정보를 참고했다.
결혼식에서 사라진 에드몽
1815년, 선원 에드몽 단테스는 폭풍 속 여인 앙젤을 구한다. 선주의 신임을 얻어 선장이 되고 메르세데스와 결혼할 예정이지만, 그의 자리를 탐내는 당글라르와 메르세데스를 사랑하는 페르낭의 배신이 겹친다. 검사 빌포르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에드몽을 가둔다. 결혼식 날 체포된 청년은 재판을 통한 해명조차 하지 못한 채 이프 성에 갇힌다.
감옥에서 만난 파리아 신부는 에드몽에게 언어와 지식, 탈출의 방법을 가르친다. 오랜 굴착 끝에 신부가 죽자 에드몽은 시신을 내보내는 자루를 이용해 감옥을 벗어난다. 14년 만에 돌아온 세상에는 굶주림과 슬픔 속에 죽은 아버지, 페르낭과 결혼한 메르세데스가 있다. 그는 신부가 알려준 보물을 찾아 막대한 재산을 얻는다.
에드몽은 자신을 도우려다 비참한 처지에 놓인 앙젤도 찾아간다. 앙젤은 빌포르가 숨기려 한 갓난아이를 살려냈던 일을 말하며 그 아이를 부탁한다. 에드몽은 앙드레를 데려와 함께 복수를 준비한다. 이후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파리 사교계에 들어가 세 원수의 가까운 사람이 된다.
구해 낸 아이를 무엇으로 키울 것인가
앙젤의 선택은 영화 전체를 해석하는 기준이다. 오빠를 죽이러 갔던 그는 아기의 울음을 듣고 복수보다 구조를 택했다. 에드몽 역시 앙드레를 비참한 생활에서 꺼내지만, 그에게 주는 교육의 끝에는 증오의 임무가 있다. 목숨을 구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이후 삶을 사용할 권리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감옥에서 받은 가르침도 비슷하게 뒤집힌다. 파리아의 지식은 에드몽에게 살아갈 가능성을 열었는데, 백작이 된 그는 지식과 돈을 타인을 조종하는 장치로 쓴다. 그래서 화려한 신분 변화는 해방의 완성으로 보이지 않는다. 감옥의 벽을 나왔지만 자신의 모든 시간을 원수에게 바친다는 점에서 다른 형태의 구속이 남아 있다.
세 사람을 겨냥한 계획과 앙드레의 죽음
백작은 페르낭의 아들 알베르에게 은인이 되고, 앙드레를 부유한 카발칸티 왕자로 소개한다. 페르낭에게 아버지를 잃고 노예로 팔렸던 하이디에게는 알베르를 유혹하도록 한다. 당글라르에게는 재산과 혼사, 빌포르에게는 숨겨진 과거, 페르낭에게는 아들의 삶이 접근 통로가 된다. 그러나 하이디와 알베르의 감정은 계획에서 벗어나 실제 사랑으로 자란다.
백작은 당글라르의 선단과 주가를 둘러싼 정보를 이용해 그를 빚에 빠뜨린다. 법정에서는 앙드레가 자기 정체를 드러내고, 친아버지 빌포르가 태어난 자신을 산 채로 묻으려 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그는 당글라르의 딸 외제니와 자신이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매라는 점도 밝힌다. 귀족 사회의 체면 뒤에 숨겨진 관계가 한꺼번에 드러난다.
빌포르를 향한 앙드레의 분노는 폭로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밀고 끝내 목숨을 잃는다. 하이디는 앙드레에게 증오를 가르치고 무기를 쥐여준 사람이 누구인지 백작에게 묻는다. 에드몽은 그를 아들처럼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하이디는 자신 역시 복수를 위해 희생될 수 있는지 되묻는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정의가 흔들리는 이유
앙드레의 죽음은 계획이 어긋난 불운으로만 정리할 수 없다. 백작은 다른 사람의 분노를 키우면서도 그 분노가 자기 지시 안에서만 움직일 것이라 믿었다. 하이디의 항의는 그 믿음을 무너뜨린다. 누군가를 가족처럼 사랑한다는 말과 그 사람을 자기 목적의 도구로 삼는 행동은 양립하기 어렵다.
세 원수를 무너뜨리는 방식에는 분명한 쾌감이 있다. 부와 지위로 범죄를 덮은 이들이 스스로 소중히 여긴 것을 잃기 때문이다. 다만 그 논리가 자식에게까지 확장되는 순간 정당성은 달라진다. 가해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사람을 응징한다면, 억울하게 갇혔던 에드몽은 자신을 파괴한 권력의 방식을 되풀이하게 된다.
메르세데스의 호소 역시 사랑을 되찾으려는 부탁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는 에드몽에게 원망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원망이 향할 사람을 정확히 구분해 달라고 요구한다. 피해를 인정하는 일과 무고한 자식의 목숨을 지키는 일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에드몽이 듣기 어려웠던 말은 복수를 잊으라는 충고보다, 자신의 고통이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선을 받아들여야 그는 젊은 연인들의 미래를 놓아줄 수 있다.
결말과 마지막 편지
하이디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를 팔아넘긴 사람이 자기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알베르는 백작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메르세데스는 에드몽을 찾아와 아들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한다. 에드몽이 페르낭의 배신을 증명하는 편지를 보여주자, 그녀는 죄가 있는 어른들과 알베르를 구분해 달라고 호소한다.
결투 뒤 하이디는 알베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살아 있다. 백작은 두 사람을 함께 떠나게 하며 그들의 행복을 지키라고 한다. 이어 자신을 찾아온 페르낭과 마지막으로 맞선다. 그를 제압하고도 죽이지 않은 에드몽은 죽음으로 모든 책임이 끝나는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에게 남긴 편지에서 그는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녀에게 행복을 주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신 알베르와 하이디가 자신들이 잃었던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라 믿는다. 두 연인의 재결합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결말은 오지 않는다. 에드몽은 바다로 떠나고, 기다림과 희망이라는 말이 남는다.
감상과 평점
마지막 선택을 모든 원수를 용서한 것으로 읽으면 결말의 복잡함이 사라진다. 에드몽은 페르낭의 죄를 없애 주지 않는다. 다만 알베르에게 아버지의 값을 치르게 하려던 계획에서는 물러선다. 용서의 완성보다 복수의 범위를 멈추는 판단이 중요하다. 하이디에게도 처음으로 자신의 목적과 다른 미래를 허락한다.
긴 분량을 지탱하는 장점은 응징의 사건마다 인물 관계의 대가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반면 백작의 재력과 변장이 많은 장애물을 해결하고, 복잡한 계략이 빠르게 맞아떨어지는 대목에서는 편의적인 인상이 남는다. 그럼에도 앙드레의 죽음과 하이디의 저항이 통쾌함만으로 끝날 이야기를 단단하게 붙잡는다.
평점 5점 만점에 4.3점. 한 줄 평은 빼앗긴 인생을 되돌릴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이의 인생을 돌려주는 복수극이다. 마지막 편지가 쓸쓸한 이유는 승리로 잃어버린 시간이 복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희망은 과거의 보상이 아니라 아직 망가뜨리지 않은 미래에 놓인다.
함께 볼 영화 한 편
쇼생크 탈출 1994을 추천한다. 억울한 수감과 오랜 준비, 자유 이후의 삶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탈출의 성공보다 그다음에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 비교하면 두 주인공의 차이가 선명해진다.
다른 작품의 줄거리와 결말 해석은 GONNET 영화 리뷰에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