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킬러: 죽음의 여왕에서 지는 명령을 받을 때마다 상대가 죽어 마땅한 사람인지 확인한다. 그러나 그 대답을 늘 같은 사람에게 듣는다면 원칙이 아니라 의존에 가까울 수 있다. 젠을 살려두면서 시작된 위기는 지가 자신의 판단을 남에게 맡겨 왔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기본 정보
공개 연도: 2024년
장르: 액션, 범죄, 스릴러
러닝타임: 125분, Peacock 안내 기준
감독: 오우삼
주요 출연: 내털리 이매뉴얼, 오마르 시, 샘 워딩턴, 다이애나 실버스
공개 정보: 미국 Peacock 2024년 8월 23일 공개, 넷플릭스 국내 작품 페이지 등록
원제: The Killer
작품 정보는 넷플릭스 국내 작품 안내, Peacock 공식 작품 정보, Peacock 공개 안내를 참고했다.
살인 계약에서 빠져나온 한 사람
파리에서 활동하는 킬러 지는 핀에게 일을 받는다. 일반인은 해치지 않는다는 기준을 지키려 하지만, 표적이 어떤 사람인지에 관한 정보는 핀이 쥐고 있다. 나이트클럽에서 조직원들을 제거하던 중 가수 젠이 머리를 다치고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 지는 모두를 죽이라는 계약을 어기고 젠을 남겨둔다.
형사 세이는 마약 사건을 추적하다 코코라는 남자를 쫓는다. 코코가 아이를 위협하자 세이는 그를 사살하고, 이후 코코가 듣던 노래를 단서로 젠을 찾아낸다. 지는 미국 대사관 직원인 척 병원에 들어가 젠을 죽이려 하지만, 어머니에게 연락해 달라는 부탁 앞에서 다시 머뭇거린다. 그곳에서 세이와 처음 대화를 나눈다.
핀은 젠을 없애라고 재촉하고 다른 킬러들을 보낸다. 지는 병원에서 젠을 구해 자신의 거처로 데려간다. 젠에게 방의 구조와 발걸음 수를 알려주고 함께 지낼 방법을 마련한다. 세이는 처음에는 지를 범인으로 쫓지만 병원에서 그녀가 젠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불완전한 사람에게도 두 번째 기회가 있는가
젠을 단순히 결백한 피해자로 놓으면 지의 선택은 쉬워진다. 영화는 곧 그 편한 조건을 거둬 간다. 누군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과 그 사람을 즉시 죽여도 된다는 판단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지가 배워야 하는 것은 젠이 흠 없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에게도 살아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인정이다.
병원 이후 거처를 안내하는 장면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을 쏘지 않았다는 소극적인 결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젠이 생활할 수 있도록 실제로 돕는다. 자신 때문에 다친 사람과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하니 결과를 멀리서 지워버릴 수도 없다. 보호는 한 번의 멋진 구조보다 상대의 불편을 계속 감당하는 일에 가까워진다.
젠의 비밀과 두 사람의 오래된 연결
젠은 코코와 함께 훔친 마약을 다시 빼돌리는 일을 도왔다고 털어놓는다. 코코가 자신의 가수 활동을 성공시켜 줄 거라는 말을 믿었던 것이다. 지는 처음에 분노하지만 끝내 젠을 죽이지 않는다. 핀에게는 그녀를 처리했다고 거짓말한다. 이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돌보던 동생을 잃은 일을 말하며 젠에게서 동생과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고 설명한다.
세이는 지를 붙잡아 심문한다. 둘은 식사를 사이에 두고 살인과 원칙을 논하고, 가로세로 퍼즐의 빈칸을 함께 푼다. 과거 세이가 러시아 범죄자에게 죽을 뻔했을 때 그를 살린 총격의 주인공이 지였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지는 그때 자신의 표적을 처리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세이의 목숨을 구했다.
한편 핀은 마약을 빼돌린 장본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보스 고베르를 제거한다. 경찰 내부에도 그와 연결된 사람이 있다. 젠을 납치한 핀은 지에게 마지막 살인을 요구한다. 표적은 세이이며, 그는 세이를 부패 경찰이라고 설명한다. 지는 젠을 구하기 위해 그 거래에 응하는 것처럼 움직인다.
더 킬러: 죽음의 여왕의 신뢰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핀은 지를 처음부터 이용만 했던 낯선 악당이 아니다. 살아남을 방법과 소속감을 줬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말이 틀릴 수 있다는 인정은 지에게 자기 과거의 선택까지 다시 검토하는 일이 된다. 애칭과 보호자의 언어로 포장된 명령이 얼마나 강한 통제가 될 수 있는지 드러난다.
세이와의 신뢰는 반대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둘은 서로의 직업을 칭찬하거나 죄를 모두 눈감아 주며 가까워지지 않는다. 세이는 지의 원칙을 변명이라고 비판하고, 지는 경찰 조직 역시 돈과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질문을 피하지 않으면서 실제 행동을 확인한다는 점이 두 사람의 연대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세이가 훈장과 승진을 거절하는 결말도 같은 질문을 되돌린다. 조직이 내미는 인정이 실제로는 침묵을 요구하는 거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가 핀의 허락에서 벗어나듯 세이는 상부의 보상에서 거리를 둔다. 둘의 직업은 달라도 양심의 기준을 대신 정해 주는 사람에게서 한 걸음 물러난다는 방향은 같다.
배신자를 겨눈 총과 마지막 퍼즐
세이는 누명을 쓰고 쫓기는 처지에 놓인다. 오랜 파트너 잭스를 만나지만, 지는 저격 위치에서 잭스가 함정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지는 세이 대신 잭스를 쏘고 둘은 함께 젠과 마약의 행방을 추적한다. 이전까지 쫓고 쫓기던 관계가 같은 목표를 가진 협력으로 바뀐다.
지는 확보한 마약을 거래 수단으로 삼아 핀을 불러낸다. 성당에서 벌어진 대결 끝에 핀을 쓰러뜨리고 젠을 구한다. 젠은 시력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지 역시 다친 몸으로 살아남아 자신을 도와주던 양복점 주인에게 돌아간다. 주인은 아직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권하지만 지는 쉽사리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세이는 사건 뒤 제안받은 승진과 훈장을 사양한다. 마약 사건을 정치적 이유로 막았던 상부에 침묵의 대가를 원치 않는다고 밝힌다. 지는 전화로 직업을 바꿀 생각이라고 전하고, 세이는 그녀가 남긴 퍼즐의 마지막 단서를 읽어준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의 답을 찾으며 두 사람은 다음 삶의 가능성을 남긴 채 헤어진다.
감상과 평점
성당과 마지막 퍼즐은 속죄를 죽음으로만 끝내지 않겠다는 방향을 만든다. 지는 자신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말하지만, 결말은 살아서 다른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젠에게 주고 싶었던 두 번째 기회가 결국 자신에게도 필요했던 셈이다. 사라진 죄를 주장하기보다 이후의 행동을 바꾸는 출발로 읽힌다.
장점은 지와 젠의 관계, 지와 세이의 관계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화의 이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반면 마약의 이동과 여러 배신이 이어지는 중반에는 인물의 감정보다 사건 정리에 집중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결말의 회복도 비교적 빠르게 도착해, 젠이 겪은 두려움과 지의 상처를 충분히 머물러 보지는 못한다.
평점 5점 만점에 3.6점. 한 줄 평은 죽어도 되는 사람을 묻던 킬러가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마지막 퍼즐의 답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답을 혼자 찾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독을 원칙으로 삼던 지에게 누군가와 나누는 질문이 남는다.
함께 볼 영화 한 편
몬테크리스토 백작 2024을 함께 추천한다.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는 응징이 다른 사람의 삶을 훼손하는 순간을 다룬다. 누가 벌을 받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권한과 멈출 수 있는 용기를 비교해 보기 좋다.
다른 작품의 줄거리와 결말 해석은 GONNET 영화 리뷰에서 볼 수 있다.



